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며 살며

러시아의 전통 술

by Дона 2015. 5. 17.

한 친구가 교외에 있는 집에서 우리나라의 옛날 전통주에 관심이 있어 전원주택인 집을 전통주 사랑방으로 개방했다가 그게 입소문이 나고 고급 요리집들에서 납품의뢰가 오면서 공장을 짓고 규모를 키웠는데, 요즘도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다보니 소량 생산 밖에는 안된다고 합니다.

 

오랜 옛날 러시아에서는, 숲속의 야생딸기 등을 오래 저장하고자 보관 방법을 찾다가 발효가 일어나 발효주가 되는 것을 알고 세대와 시대를 거치면서 뛰어난 제조법으로 발효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집에서 만드는 술들이 일반적으로 낮은 알콜 도수로 12도 정도 였으며 주로 마을 축제나 가족간의 경사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5세기 무렵 부터 러시아에서 보편적으로 널리 번진 Самогон (스마곤)이라는 술은 증류 방식의 술로 도수가 아주 높았습니다. Самогон은 직접 증류 한다는 의미를 가진 러시아어로 가정에서 직접 만드는 러시아의 전통적이고 독특한 술이었습니다. 수천가지의 다양한 제조법이 있었는데, 가족마다 지방에 따라 기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술로 만드는 기술에는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술 제조법은 세대를 거치면서 각 가정의 비밀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1870년대 까지는 아주 천천히 증류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고 양보다는 품질을 위주로 생산 되었으며,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것을 즐겼습니다. 28리터의 재료로 1리터의 Самогон을 증류했고 이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다시 증류하여 0.5 리터의 최고 품질의 보드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귀족들은 집에서 만든 술을 최고로 쳤고 다른 외국의 유명 술들 보다도 더 즐겼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다른 러시아의 전통적인 술 제조법들 보다도 더 복잡했는데,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첫째는 재료의 선택과 손질, 둘째는 발효, 셋째는 증류, 넷째는 필터링, 다섯째는 향이나 색을 첨가하여 값어치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기본 재료들에 다양한 베리들을 섞어 다른 향들을 내기도 했습니다. 재료는 물론이고, 온도, 시간 등 모든 것에 품질이 달려 있었습니다. 혁명 이후에는 모든 가정에서의 술 제조가 금지 되었고 따라서 불법제조 만이 가능하여 가족 간에 지켜져 내려오던 비밀제조법들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최근 유명 양조업체들에서 전통제조법을 되살리려는 노력으로 전통주들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생산되는 탁한 막걸리같은 술은 저급의 술로, 투명하게 필터링이 된 술이 품질 높은 술 입니다. 보리, 밀, 쌀, 옥수수 등을 빻아서 물을 부어 누룩을 섞어 따뜻한 곳에 수일 두면 Брага (브라가)가 되는데 이것으로 Самогон을 만들게 됩니다.

 

 

고르바쵸프 시대에는 러시아국민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고 정부에서 술 타파 정책을 펴서 쿠폰을 발급하여 술을 구매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기도 했는데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으면 추가 쿠폰을 받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 많은 포도농장들이 파괴되었고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많다보니 불법양조가 집집마다 활발해져 부엌에서 만들기가 다반사 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곡물을 구할 수가 없어 설탕에 물을 붓고 누룩을 넣어 따뜻한 곳에 며칠 두었다가 증류를 하여 증류주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품질을 가릴 때에는, 가열하고 냉각시켜 방울방울 떨어지는 술을 숟가락에 받아서 불을 붙여 푸른색이 나고 안정적인 불꽃이면 좋은 품질의 Самогон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의 다른 가정제조 술로는, 꿀로 만든 술인 Мёды (묘듸), 다양한 종류의 풀로 만든 술로서 뜨겁게 하여 마시는 술인 Сбитены (ㅅ비쩬)이 있습니다. Сбитены은 15세기에 모스크바 지방에서 유행했던 술로 추운 겨울에 주로 마셨으며 여름에는 Квас (끄바스)를 마셨는데 요즘은 Квас가 무알콜 음료로 시원하게 마시지만 당시에는 알콜이 있는 술이었습니다. 오늘 날에는 술 대신에, 같은 종류의 풀들로 만든 차와 음료를 마시는 풍조로 변화되어, 꿀, 계피, 생강, 후추, 민트잎, 크랜베리잎, 베리 등으로 차를 만들어 마십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