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생후 3개월 정도 된 아기 오리엔탈 고양이를 데려 왔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걸음도 뒤뚱뒤뚱 조심스레 걷고 어디 기어 올라가려고 하다가도 죽 미끄러지곤 했었고 발등에 기어 올라올 정도로 작았었는데, 데려 올 때에는 몸 길이도 한 뼘 이상 길게 자라고 의자나 침대 위에도 쉽게 뛰어 오르고 벽에 카펫 붙여 놓은 곳에도 타고 오르며 아주 활기차고 건강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몸을 웅크리면 한 줌 안에 들어오는데 몸을 길게 펴면 몸 길이만 슬림하게 두 뼘 가량이나 됩니다.
서류 상의 공식 이름은 Фортуна (파르뚜나 - fortune, luck) 인데, 집에서 부르는 이름은 Кроша (끄로샤) 라고 지었습니다. Кроша 는 오리엔탈 고양이 종으로 몸매가 가늘고 길며 주둥이가 길고 눈이 아몬드 모양으로 크고 귀가 아주 큽니다. 발이 아주 커서 사람의 손동작 처럼 여러가지를 할 수 있어 천연 재료로 만든 쥐를 갖고 놀기를 좋아하고, wand 를 움직이면 몸을 숨기고 납작 엎드렸다가 기회를 보아 순식간에 튀어 나가는, 야생의 치타와 같은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엔탈 고양이는 아기일 때에는 청회색의 눈동자를 가졌다가 자라면서 녹색으로 변하는데 Кроша 는 지금이 변하는 시기 입니다.
Кроша 는 짙은 갈색처럼 보이는 검은색의 점이 있는 spot tabby 로 OSH n 24 (Oriental Short Hair, black spotted)로 분류되는 종의 고양이 이며 할머니와 똑같은 털인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유명한 모스크바의 breeding nursery 인 Jungle 출신으로 경연대회에서 모두 최우수 고양이로 수상 경력이 있는 고양이 입니다. 엄마는 bicolor 로 흰색과 검은 갈색의 두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Кроша 는 오빠인 bicolor 와 함께 태어났고 거의 3개월 동안 함께 지내며 젖도 충분히 먹고 자라다가 우리나라로 왔습니다. 오기 일 주일 전에 마이크로 칩을 몸에 넣었고 예방주사를 맞았으며, 우리나라에 입국한 날짜가 생후 90일이 되기 전이라 광견병 예방주사는 맞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고양이들에게 광견병 예방주사를 적어도 6개월이 지난 후에 맞히며 그렇게 하는게 고양이에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칩에는 고양이의 이름, 국적, 종별, 성별, 주소, 연락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들어있으며, 원하면 사진 까지도 넣을 수 있습니다.
아주 귀족적인 우아한 모습의 아름다운 고양이 이면서 또한 아주 영리하고 여러가지 소리로 얘기를 하며 다양한 음색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게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집에 온 첫 날은 침대 밑에 들어가 있으면서 쉴새 없이 울다가 몇 시간 지나자 변기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는 모래로 덮고 그리고는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 활동적이 되었고, 하루가 지나면서는 우는 것도 멈추고 일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기 고양이를 찾으려고 모스크바의 여러 곳들을 다녀 보았는데, 애정을 듬뿍 가지고 고양이들을 길러 고양이들이 안심하고 지내는 집도 있고,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음에도 전혀 아무런 냄새도 없이 청결한 집도 있고, 낯선 사람이 왔다고 불안해 하거나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고양이들이 있는 긴장이 감도는 집도 있고, 훈련을 잘 시켜 고양이들이 아주 활발한 집도 있었습니다. 오리엔탈 종으로 갈색의 줄무늬를 갖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찾으려고 했었는데, 그러면서도 자라는 환경이 또한 좋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한 곳의 소개를 받아 찾아 간 집에서 Кроша 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고, 바로 Кроша 를 선택 했습니다. Кроша 가 태어 난 집에서 우리나라로 데려 오는데 필요한 모든 절차를 다 처리해 주었고 데려 올 때 까지 잘 길러 주었으며, 데려 올 때는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제와 여러가지 약품들을 주면서 어느 때 사용하라고 일러 주기 까지 했습니다. 무척이나 이별을 아쉬워 하면서 연락을 부탁해, 우리나라에 오자 마자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처가 식구들도 우리나라에 데려 오기 전날 단 하루 보았던 Кроша 가 잘 지내고 있는지, skype 로 얘기 할 때 마다 Кроша 보여 달라고 야단들 입니다. 추석 연휴에 처남 식구들이 모스크바에서 우리나라로 놀러 오는데, 아내는 다음 주에 Кроша 예방주사 맞히고 가을이 되어 날씨가 선선해지기 전에 Кроша 입힐 옷을 뜨게질 해야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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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는 700g 이었는데 지금은 1.1kg 으로 자랐습니다. 하루 하루 몸이 길어지고 등에서 배 까지 몸 두께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부쩍 부쩍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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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роша 는 이른 새벽과 저녁에 하루 두 번 아주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데, 보면 놀이가 아니라 생존 훈련 연습으로 보입니다. 펄쩍 뛰었다가 두 앞발로 찍어 누르는 연습, 숨었다가 번개 같이 달려나가 잡는 연습, 높이 점프하는 연습, 쥐를 어르다가 잡아서는 의기 양양하게 입에 물고 오는 모습 등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학생 입니다. 약 30분 정도씩 그렇게 연습하고는 으응 으응 하며 쓰다듬어 달라고 하면서 잠에 빠져 듭니다.
한편으로는, 엄마를 일찍 떨어진 탓에 가끔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도 보입니다. 잠자리를 보드랍고 폭신폭신한 마치 엄마 곁과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마련해 주었는데, 고양이가 아기일 때 엄마 배에 하듯이, milky step 을 밟는 때가 있어 안쓰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milky step (kneading) 을 밟을 때는 행복감과 만족감에서 하는 행동이라고들 하지만, Кроша 는 아기 때 엄마 배에 했었던 기억과 엄마가 큰 혀로 작은 머리를 햝아 주던 기억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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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도 넘게 쉽게 점프해 뛰어 오르고 사냥하는 기술도 원숙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장난감 쥐를 잡아 물고 '이리 가져 오라'고 손을 벌리면 가져와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등의 의사 소통과 많은 감정표현 소리들, wand 에 대한 끊임없는 정확한 반응,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 컴퓨터 스크린 앞에 몇 시간이고 앉아 꼼짝않고 있는 등의 모습에, 아마도 언젠가 끄로샤가 정말로 'привет' 하지 않을까 농담도 합니다. 생후 7개월 째인 내년 초에는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혀야 겠습니다.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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