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의 한 친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태어나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해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어느 농촌에서 논밭과 과수원을 경작하며 착실히 살고 있는 그녀에게는, 주변에서 말로만 듣던 큰 고민거리가 하나 생기게 되었습니다.
딸이 자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학교 생활과 친구들 사이에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같은 반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딸을 괴롭힌 학생들 중에는 특히 아주 부유한 집안의 딸이 하나 있었고 그 학생은 학생회장을 맡아서 하는 등으로 주변의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끼리끼리 뭉쳐다니며 세력을 과시하길 좋아했습니다. 학생회장은, 결혼 이민 다문화가정의 출신이면서 공부도 잘하고 미술에도 소질이 있는 딸이 마음에 탐탁치 않았고 마침내는 딸의 친구들에게도 접근해 딸과 함께 놀지도 말고 친구하지도 말라고 협박도 하고 간식도 사주고 하면서 회유를 해 딸에게서 친구들을 모두 떼어놓았습니다. 학생회장을 하는 아이는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에게 딸을 항상 감시하고 완전히 왕따를 시키도록 사주를 했고, 아이들은 좋든 싫든 막강한 학생회장의 말을 따를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이가 더 이상은 학생회장의 압박을 참을 수 없어 딸에게 전화를 해서 앞으로는 친구로 지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할지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를 고민하던 딸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서 친한 친구만은 지키고 함께 절친한 친구로 남아 있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학생회장과 그 애를 따르는 학생들은 딸을 완벽하게 왕따를 시키고 고립을 시키려고 했고, 어쩔 수 없이 교내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절친을 지키려던 딸은 학생회장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고, 그러다가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 모두가 다치게 되었고, 마침내는 부모와 학교에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학생을 왕따시키는 행실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의 부모가 마을에서도 최고로 재력이 있는 집안이고 학교에도 이런저런 물적인 도움도 주었고 해서, 근본적인 원인인 왕따 문제는 없던 일로 덮어두고, 학생회장과 그 학생을 따르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딸에게 폭행죄를 물으며 학교에서 더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딸은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한 약자의 몸부림이었지만, 밖으로는 먼저 공격을 한 가해자로 비쳐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실 것입니다. 무릇, 어른이란 사람들이 '힘센 자가 옳다'는 강자의 논리에 부화뇌동해 끼리끼리 뭉쳐 약자를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오늘의 국제 정세가 바로 이렇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젠가 들어봤었던 이야기일 것입니다. 뉴스에 휘둘리던 시대는 벌써 전에 지나갔습니다.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제 더 나은 영웅으로 대체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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