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며 살며

한국인

by Дона 2022. 2. 1.

흰 눈에 덮힌 조용한 설날 아침입니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올리고 아름다운 한복에 전통이 살아 있는 우리네 가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내는 외국인들 중에는, 우리나라에 귀화해 한국인이 된 사람들도 있고 본국의 법령 때문에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 국적 취득은 외국인 본인들에게는 한국에서 지내는 데에 편리한 점들이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에는 국적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한국인들로부터는 외국인으로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백인으로 서양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기에는 아주 편리하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의 사람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힘든 게 한국인의 사회적인 인식 때문입니다. 백인 청년 두 사람이 산행을 하다가 어느 할머니의 농가에 들렀는데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라면서 밥까지 차려주는 방송 프로가 있었는데, 과연 그 할머니가 같은 행색의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로 보이는 청년들에게도 똑 같은 대우를 했을까하는 의구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품는 생각일 것입니다.

 

아내는 자신이 백인인 것을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참으로 다행으로 여긴 경우가 많았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길 한 적도 있었는데, 같이 거리를 다니고 가게에 들러도 동남아시아나 '스탄'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나라들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에게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차이가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스탄' 나라들에서 온 우리나라 조상의 2대, 3대 후손들도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고 대학을 마치고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도, 그저 한국이 더 살기 좋아서 온 것일 뿐, 우리나라에 대한 뿌리 의식과는 생각이 멀게 보이고, 이는 바로 한국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의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세계화 어쩌고 떠들고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이 늘고 해도, 현 시대에서 한국 사회에 동참하길 바라고 그래서 외국에서 볼 때 한국에서 외국인 처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정책일 뿐이지, 근본적인 한국인들의 인식 개선과 변화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개의 회사를 가지고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고 있는 아내의 한 동양계 친구도 우리나라에서 20년이 넘게 살았지만 언제든지 다 팔아치우고 캐나다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한국인들은 주변의 외국인들에 대해 무심하고 어쩌면 질투하고 어쩌면 무시하고 하는 인식이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타적인 한국인들에게, 한국 사회에, 정을 붙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많은 농촌 지역에서 초등학교 한 학급에 동남아시아계의 엄마를 가진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이 된 수 많은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주 여성들이란 한국인의 인식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냉대와 무시를 받고, '스탄' 나라들에서 온 한국인 후손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해뜨는 예절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나누던 예의와 존중을 우리 곁에 와 살고 있는 외국 귀화인들에게도 똑 같이 할 시점에 와 있는 우리 사회입니다.

 

설날 아침에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조금씩 주던 귀밝이 술은 한 해의 질병을 막는 의미도 있었지만,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경청을 더 잘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선지 아내는 어렸을 적에 귀밝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냐고 농담도 하는데, 대학을 졸업한 베트남 며느리에게 국민학교도 제대로 못 마친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가르친다고 하는 게 바로 지금 우리 한국인이 보는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입니다. 마음을 열고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골수에 박힌 차별이 아니라, 같이 사는 옆집 사람, 한 동네 사람으로 피부색을 보지 말고 똑 같게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 밖에 하얀 눈이 지금 펑펑 내리고 온 세상을 아름답게 덮고 있듯이, 우리 한국인들도 우리 사회도 함께 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포근하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한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랑하며 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phynx 고양이 "Сеня"  (0) 2022.05.01
일그러진 영웅  (0) 2022.03.06
Зоя (조야)  (0) 2022.03.01
생명력  (0) 2021.12.05
Валиева (발리예바)의 아름다움  (0) 2021.11.27
Валиева (발리예바) 세계 신기록 또 갱신  (0) 2021.10.31
가을 물든 모스크바  (0) 2021.10.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