Земляника (졔믈리니까) 딸기는 계란 모양의 크기가 작은 아주 빨간 딸기인데, 향기가 딸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향긋한 향이 납니다. 딸 때 꽃받침에서 딸기만 쉽게 똑똑 떨어지는데 조심해 살며시 잡지 않으면 물러지고, 그냥 먹기도 하지만 우유를 주로 부어 먹습니다. 원래는 일반적으로 숲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 딸기인데, 향과 맛이 너무 좋아 다차에 많이 심어 가꿉니다.
선채로 허리를 굽혀 일하는 여성들을 보고 '엉덩이를 높이들고' 라는 러시아식 표현을 하는데, '내년이면 이 땅에도 모두 엉덩이를 높이 들고 있게 될거요' 와 같은 말로 쓰이는데, 작물 때문에 앉아 일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런 자세 밖에는 안되고, 딸기 밭에서 일하다가 이성 간에 딸기를 따서 손으로 상대방의 입에 넣어 주는 것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주 로맨틱한 풍경 입니다.
Виктория (садовая клубника) 딸기는 우리나라에서 보는 보통 딸기로 6월이면 아침, 저녁으로 따도될 정도로 익고, 7월 중순이 지나면 더이상 열리지 않습니다. 먹을 정도만 따고 자연 그대로 기르니까 붉은 딸기들이 녹색 잎 사이로 보여 딸기밭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Малина (말리나) 딸기 (Raspberry) 는 사람 키 높이 만큼이나 자라는 딸기인데, 향과 맛은 좋지만 납작하고 질긴 씨가 있어 먹기에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하며, 주로 잼을 담그는데 감기에 좋다고 합니다. 연한 잎을 따 차를 끓이면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잎 자체에서도 아주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딸기 캔디나 젤리들의 모양이 우리나라의 딸기 모양과는 달리 표면이 오돌도돌하게 대부분 생겼는데, 그게 바로 이 딸기의 모양을 본뜬 것 입니다.
크랜베리 (Cranberry) 는 검은 색으로 익는데, 아주 짙은 검은색으로 약간 말랑말랑해져야 제대로 익은 것 입니다.
녹색 상추는 약간 쓴 맛이 있어 러시아 사람들은 적상추를 더 좋아하는 편 입니다.
укроп (우끄롭) 은 러시아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채소인데, 양념처럼 넣기도 하지만 따서 싱싱하게 그대로 먹기를 즐깁니다. 아침 이슬이 달린 우끄롭이 싱싱합니다. 이렇게 좋은 야채를, 우끄롭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하는게 참 아쉽습니다.
밭 한켠에 양파 모종을 했는데. 순이 자라면 주로 순을 파 처럼 먹기도 하고 두었다가 양파로 쓰기도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속된 말로 엉덩이만 붙이면 차를 마시든지 과일을 먹든지 요기를 간단히 하든지 해바라기 씨라도 톡톡 씹으며 뭐라도 먹어야 된다고 여깁니다. 지금은 오래된 옛날 얘기지만, 러시아 사람들과 처음 어울릴 때는 그런 습성이 이해도 안되고 자꾸 권하는게 짜증나기도 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차 마시는 것도 семечки (쎄미치끼) 해바라기씨 껍질이 산더미 처럼 쌓이는 것에도 익숙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다차' 하면 떠 올리게 되는 Шашлык (샤실릭) - 일 주일에 2-3번 정도 굽는데, 샴뿌르 하나를 1인분으로 잡습니다. 실제 여성들과 아이들은 고기 2-3조각 먹으면 벅차 하는데, 속 까지 완전히 익으면서 스폰지 처럼 연하게 말랑말랑하게 굽는 것이 비결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강 물고기 훈제 입니다. 훈제된 것을 사서 뚝뚝 잘라 놓고 손으로 발라 먹습니다.
다차에서 매일 하루를 마감하며 빼 놓을 수 없는 바냐. 바냐에서 쓰는 펠트 모자 입니다. 바냐의 내부는 무척 뜨거워 안경, 목걸이, 귀걸이 등은 밖에 놔두고 들어갑니다. 허브를 탄 물을 달구어진 돌 위에 뿌려 향을 머금은 수증기를 피우고 바냐용의 비누와 꿀로 씻고 상단에 올라가 누워 Веник (볘닉) 으로 온몸을 두드리며 피로를 풉니다.
좋은 여름 날씨에 가끔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번개와 함께 땅을 울리는 엄청난 천둥소리를 동반한 비가 잠시 내리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그러다가 금방 해가 다시 나고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모스크바 다차 입니다.
화초들이 화단에, 다차 여기저기, 담 밑으로, 구석에서 자라며 향기로운 꽃들을 피웁니다.
다차 풀 숲과 잔디밭에 메뚜기와 여치들이 올 여름에는 더 많이 보입니다. 개구리들도 있는데 해가 길어서인지 우는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메뚜기는 우리나라의 초록 메뚜기와 똑 같이 생겨서 어릴 때 산골마을에서 살며 메뚜기 잡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모스크바 시내에는 나이팅게일과 더불어 꼬리를 쉴새 없이 흔드는 трясогузка (할미새) 가 많이 있는데 다차에도 쉴새 없이 날아다닙니다. 나무로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모이를 먹을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었더니 며칠 지나서 부터 모이를 먹기 시작하는게, 새들이 사람을 퍽이나 다정하게 대합니다.
이른 아침이면 포치 바로 앞 잎에 가린 나무들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신선한 공기와 함께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바냐의 뻬치까에는 저녁 바냐 후에도 잠열이 있어 다음날 아침까지도 물이 따뜻하게 남아있어 씻기에 좋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뻬치까에 불 피우는 재미로 뻬치까 앞에 앉아 차 한잔 하는 재미로 장작을 넣곤 합니다.
다차에는 저녁이 되면 집안으로 날아 들어와 밤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창문으로 밖으로 날아 갔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는 나비들도 있습니다. 날개를 펼치면 화려한데 닫으면 검은색이라 밤에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앉아 쉴 수 있는 그네는 함께 차 마시며 정감어린 얘기 나누기 좋고, 아내가 다리 베고 누워 잠깐 낮잠 자기에도 좋습니다.
다차에는 올해 모기가 좀 보이는데, 모기는 모기향으로 쫒을 수 있지만 언제 달라붙었는지도 모르게 피를 빠는 모기보다 더 무서운 1.5 cm 정도 길이의 작은 나방은 따끔할 때 떼어내야지 모르고 있다가는 떠나고 난 후에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갈회색의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작은 나방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알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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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 아니고 horsefly (말파리) 랍니다. 올해 갑작스레 나타나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주변 다차 지역에 올해 많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염려도 하고 걱정도 하고 정보들도 나누고 있습니다. 더운 지방의 말파리처럼 기생충이나 박테리아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물리지 않는게 상책이겠죠. 모기향으로도 쫓을 수 없어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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