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장모님이 다차의 밭에 укроп (우끄롭), 파, 양파, 상추, 토마토, 호박, Редиска (동그란 무), петрушка (파슬리) 등을 심으셨는데, 우끄롭은 자라 올라오는 연한 순이 향기가 그윽하니 아주 좋고, 상추는 군데 군데 따다 먹는데 아직 좀 더 자라야 하고, 파는 벌써 한참 자랐는데, 토마토는 대를 세워 묶어줄 때가 되었습니다. 밭의 1/3 이 딸기밭이어서 딸기밭은 전혀 손을 안대고 풀도 안 뽑고 저절로 자라서 익는대로 그냥 따 먹습니다.
흙 고르는 기계로 땅을 파고 흙을 고른 후에 거름 흙과 섞어서 자리를 마련해 지난 주에 양파를 심었는데 뾰족한 싹이 올라오기 시작 합니다. 호박은 작년에 풍년이 들어, 한아름 팔에 안을 수 있을만 하게 자란 누런 호박들을 스무 통이나 아파트 4층 까지 갖고 올라가느라고 어찌나 힘들었던지 올해는 호박을 안 심겠다고 하시는 걸 심어나 놓자고 해서 또 심었고, 호박 덩굴이 뻗어 나가기 시작 합니다.
작년에는 사과나무 세 그루 중에 잘 익은 사과 단 한 개를 땄을 뿐인데, 올해에도 사과 두 개가 열렸더니 한 개는 떨어지고 한 개 만이 남았는데, 햇볕드는 쪽에 빨갛게 색이 드는게, 그나마 요거라도 잘 익기를 바래 봅니다.
초여름이어서, 여름 꽃들이 다차에 만발하기 시작하고 피고 지면서 다차의 화단과 정원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 할미새와 참새들이 잔디밭에 왔다 가고 멀리서는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 평온한 다차의 하루 입니다. 발리의 사누르와 누사두아에 몇 번 있으면서 천국 같은 평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편리하고 맘 편하게 일도 하면서 쉬기도 하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곳은 역시 다차 입니다.
샤실릭 굽고 바냐에 불 피우고 하던 일이 작년까지만 해도 장인어르신 몫이었는데 올해에는 처남이 맡아서 잘 합니다, 장인 어르신 묘소에 울타리를 세우고 단장을 했는데, 가을 쯤에 비석을 세우려고 합니다. 도시의 '영예로운 시민'으로 외과의사로 헌신한 업적을 기려, 시에서 비석을 세우는데 협조를 해 준다고 합니다.
다차에서는 헐렁하고 간편한 옷으로 입고 신발도 Галоши (갈로쉬) 같은 신발을 편하게 신습니다. 임신한 여성이나 노인분들은 실내에서 валенки (발렌끼) 나 чуни (추니)를 신습니다. 해가 내리쬐는 좋은 날이면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여자들도 비키니 차림으로 선탠을 하며 지냅니다. 동양인은 멜라닌색소가 많아 피부가 금세 타는데, 갈색으로 변한 피부 옆에서 하얀 살결이 조금 붉게 변했다고 좋아하는 백인들을 보면 미소가 떠오릅니다.
주말 마다 다차에 가는데, 일주일 새에 꽃이 피고 지고 딸기가 빨갛게 변해가는 모습이 확연히 다릅니다. 2주 전에는 초록색이거나 약간 노란색이던 딸기들이 지금은 빨간색으로 잘 익어 향기 좋은 Земляника (졔믈리니까) 딸기가 지천입니다. Малина (말리나) 딸기는 새 순이 엄청 많이 올라와 바냐 옆의 울타리 한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모기가 보여 모기향을 피우는데, 올해에는 말파리는 거의 보이지 않아 다행 입니다. 좋던 날씨가 흐려져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포치에 앉아 탭으로 글도 읽고 가끔 영화도 보고 해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비 오면 질색이어서 모두 모스크바에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차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밭에서 야채도 수확해 오고 꽃들도 따 오는데, 꽃은 반드시 홀수로 따 옵니다. 러시아에서는 묘소에 갈 때에는 꽃을 짝수로 가져가므로, 특히 선물을 할 때에 꽃을 짝수로 선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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