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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며

бабье лето (바비예 리에따)

by Дона 2009. 1. 21.

(2007년 9월 28일 empas에 쓴 글입니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 추석도 지났습니다.


러시아에서는 8월 초이틀 부터 곰이 어름조각을 강물에 던지기 시작한다고 하는 Ильин день 이라는 날이 있으며 이 날 이후부터 강물이 차가와 지기 시작하므로 강에서 수영하는 것을 삼가해 왔습니다. 8월 중에도 날씨는 여전히 여름의 연장으로 따사로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러시아에서 절기로는 가을의 시작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9월 초부터 러시아에서는 추운 날씨가 시작되는데, 반면 9월 말의 약 2주 동안에는 따사하고 화사한 날씨가 계속되는데 이 기간을 러시아에서는 бабье лето (바비예 리에따) 라고 합니다. 여름과 추수기간에 정신없이 바빴던 주부들이 추수도 끝나고 잠시 한가해지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인데, 특별히 주부들을 위해 마련된 여름날씨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주부들이 겨울나기에 대비하여 우리가 김장을 하듯이 오이, 토마토, 배추, 당근 등으로 피클을 만들며 또한, 이웃 간에 묵은 감정이 있었더라도 서로 화해를 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도 올해 9월 초 부터 차가운 비가 흩뿌리면서 13 - 15도의 날씨가 계속되다가 지난 주 부터 화창한 날씨 속에 22 - 24도의 기온으로 бабье лето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9월이 야생버섯의 채취 기간인데 비가 적당히 오고 날씨가 포근하면 금빛으로 단풍이 물든 숲에서 소담스럽고 큰 야생 식용버섯들을 많이 딸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버섯 중의 왕이라고 불리며 찾기가 쉽지 않은 Белый гриб 입니다. 향이 그윽하고 속이 찰지며 기름에 볶아 먹으면 아주 맛이 좋은 버섯입니다.)


러시아에는 추석이나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이 없는데, 위도, 경도 상으로 방대한 나라이고 기후도 천차 만별로 다르다 보니 전국적으로 특정한 날을 정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을의 수확 후에 큰 도시에 ярмарка 라고 하는 임시 장이 서서 근방에 사는 농부들이 수확한 물건들을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소금, 양초, 옷 만들 천 등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장에는 또한 악단이나 광대,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시설들도 같이 있어 농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서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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