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로, 한 불가리아인이 주워서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민하다가 마을에서 가장 현명한 노인에게 가져가 물어 보니 도끼를 보관하는 도끼집이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는 Валенки (발렌끼)는 러시아의 오래된 전통 장화 입니다.
러시아의 옛 영화에 보면 큰 고무장화처럼 둔탁하게 생긴 장화들을 나무판자 울타리에 거꾸로 꽂아 널어 말리는 모습들을 볼 수도 있는데, 이 장화들이 양털이나 염소털 펠트로 만든 장화들 입니다.
Валенки는 주로 양의 털을 깎아 양털로 만들어졌는데, 펠트 울과 실을 섞어 압착하여 100% 천연 소재로 만들며 수공으로 또는 기계로 만들어 졌습니다. 장인들은 그들 만의 비법으로 가족 내에서 비법을 간직하며 만들었고, 옛날에 러시아에서는 어느정도 잘 사는 사람들 만이 신을 수 있는 장화였습니다.
러시아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추운 기후 탓에 여러가지 다양한 펠트 제품들을 만들어 왔는데, 12세기에 쓰여진 시에 처음 등장하는 Валенки는 그 이전 수 백년 전부터 러시아에서 만들어져 왔던 것으로 보이며, 바냐에서 쓰는 고깔모양의 펠트모자는 지금도 바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대의 Валенки 에는 이음매가 있었지만 19세기 말에 들어서는 이음매가 없는 통으로 된 Валенки 가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에서 여러 지방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려 Чёсанки (쵸슨끼) 또는 Пимы (삐믜) 라고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귀족들도 Валенки를 신는 것을 즐겨 했고 심지어 피터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도 즐겨 신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얇으면서도 따뜻하며 폭신하고 가벼워서 우리나라의 마치 버선처럼 포근한 장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스탈린도 자주 신었다고 하며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러시아 병사들의 군화였고 동상을 방지하는 기능으로, 만일 나폴레옹이 Валенки 만 가지고 있었어도 러시아에서 패주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 조차 있을 정도 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Валенки가 장화로서 뿐만 아니라 천으로 감싸서 베개로도 사용되었고 크리스마스선물 양말처럼 문에 걸어 우편함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Валенки는 만드는데 3일 반이 걸리고, 좌,우의 구분이 없지만 신으면서 좌,우의 구분이 생기는 장화이며, 겨울이나 여름에도 계절 구분없이 신는 장화입니다. 지금도 추운 시베리아 지방에서는 Валенки가 사용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는 회색이었으나 지금은 여러 색으로 만들어져 수를 놓아 장식된 Валенки로 어린 아이들이 도시에서 신고 다니기도 합니다.
Валенки는 방수가 안 되어 덧신으로 고무신인 Галоши (갈로쉬)를 덧 신어 장화와 발이 젖는 것을 방지했으며, 따라서 Галоши 를 벗으면 깨끗한 Валенки를 신은 채로 집 안에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바냐에서 쓰는 펠트 모자
큰 Валенки 한 켤레를 만들려면 2.5Kg 의 펠트 울이 필요했고 여성용에는 1.5Kg 정도가 필요했는데, Валенки 는 첫째로 부드러워야 하고 따뜻해야 하며 두께가 일정하되 발꿈치부분은 좀 더 두꺼워야 하고 발바닥부분에 절대 이음매나 불균등한 부분이 없어야 편하게 오래 신을 수 있었습니다. 신고 난 후에는 말리는 것이 중요했는데 세탁이 안되므로 젖은 천으로 닦아 뻬치까 옆이나 햇볕이 잘 드는 울타리에 걸어 말렸으며 화염에 직접 말리면 변형이 생겨 신을 수가 없었습니다.
러시아 동화에도 많이 나오는 Валенки는 또한 노래 Валенки도 아주 유명한데, 낡고 구멍이 난 장화로는 추운날씨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장화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러시아의 민속에서는, 꿈에서 낡고 구멍난 Валенки를 보면 횡재를 할 거라는 꿈이고 미혼의 여성이 Валенки 를 보면 장래의 남편이 좋은 사람일 거라는 꿈이며 Валенки를 새로 사는 꿈은 안 좋은 징조의 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또한, 남자아이에게 12살이 될 때 까지 Валенки를 신도록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남자 아기들에게는 아래가 툭 터진 아랫도리를 입혀 키웠듯이, 그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모스크바 М. Павелецкая 인근에 Валенки박물관이 2001년 문을 열어 200종 이상의 다양한 Валенки 를 전시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어로 신발은 Обувь (오부피) 인데, 옛날 가난한 사람들이 신던 짚신인 Лапти (랍티), 여성들이 신던 장화인 Сапожки (사뽀쉬끼), 정장에 신던 Туфли (뚜플리), 남성들의 장화인 Сапоги (스빠기), 여성들이 봄,가을에 신던 Ботики (보티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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