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신앙심도 없이 옆에서 듣고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러시아에서 세례는 결혼, 임종과 같은 영적이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7가지의 성사 중 하나로 여깁니다.
세례는 오직 한번 뿐인 영적인 탄생을 의미하며 자신을 위한 삶을 끝내고 예수님과 다른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신생아 때 부터 나이제한 없이 세례를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생후 3개월에서 6개월사이에 세례를 받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세례는 성당의 특별한 구역에서 행해지지만 요즘은 단체로 자연에 가까운 강이나 개방된 장소에서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기에 앞서 친부모는 대부 (Godfather) 또는 대모 (Godmother) 가 되어줄 사람을 선정하는데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 중에 부탁을 하고, 대부나 대모로 제안을 받은 사람은 영광으로 여기게 됩니다. 대부나 대모가 되는 사람은, 즉 대부모가 되는 사람은, 아기가 자람에 있어 신앙을 인도하고 선하고 안전하게 자라도록 기도해 주며 죄지음에 있어 신 앞에서 책임을 지는, 큰 책임감이 따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아기에게는 대부가, 여자아기에게는 대모가 선정되지만 러시아에서는 15세기 부터 대부와 대모를 동시에 선정할 수도 있도록 되어 왔습니다. 세례에 앞서 대모와 대부는 아기가 세례 때에 입을 세례복을 사고 십자가도 준비합니다. 대모와 대부는 세례에 참여할 때 어두운 색의 수수한 옷에 발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옷을 입고 몸에는 귀걸이와 같은 장식을 하지 않아야 하며, 대부는 머리에 아무 것도 쓰면 안되지만 대모는 머리카락을 감추도록 스카프를 써야 합니다. 또한 러시아정교회 성당에는 여성은 생리 중에는 출입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대부모는 친부모, 수도사, 수녀, 정교회의 신도가 아닌 사람,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 40일이 안된 신생아를 가진 엄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세례에는 대부모가 아기를 안고 세례를 받습니다. 성당의 세례실에는 성수를 담는 큰 통이 있고 동쪽편에는 양초가 켜져 있습니다. 대부모와 같은 꼭 필요한 사람들 만 세례에 참여 할 수 있으며, 세례의 진행은 4단계로 이루어 집니다.
신부님이 기도와 함께 아기의 얼굴에 3번 입김을 불어 살아나도록 생명을 줍니다. 그리고, 손을 아기의 머리에 대고 신의 가호를 빌며, 죄를 짓도록 유혹하는 데에 주저하는 마음에 거부의 강함을 갖도록 악마를 물리치는 기도를 해주며, 아기를 서쪽으로 향하고 사탄을 거부하도록 3번 묻습니다. 대부모는 이에 답하고 상징적으로 내뱉어 불어내는 것과 같은 행동을 가볍게 합니다.
신부님은 아기를 빛으로 향하는 동쪽으로 돌려 향한 후 신을 받아 들이고 믿느냐고 3번 물으며 대부모는 이에 답합니다.
러시아정교 신앙의 기본이며 중심인 12문장의 기도를 신부님이 올리고 신을 받아 들이냐고 3번 물으며, 대부모는 이에 답하고 성호를 그으면서 상체를 숙여 성부와 성자와 성신에 절합니다.
신부님이 성유를 아기의 이마와 가슴에, 등의 어깨죽지 가운데에, 귀에, 손에, 다리에 기도와 함께 발라 줍니다.
러시아정교회에서 세례식에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온몸을 성수에 3번 담가 세례를 줍니다.
아기에게 myrrh (향유)를 이마와, 눈과, 콧구멍과, 입술, 귀와, 가슴, 손, 다리에 발라 줍니다. 향유는 매년 러시아정교회의 대주교가 성스럽게 하여 각 성당으로 보내 주는 것입니다.
성당의 성가대가 러시아 구 슬라브어로 31번 성가를 부릅니다. 성가의 내용은 죄를 사함으로 행복하고 새 삶을 얻음으로 행복하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신부님이 아기에게 흰옷을 입히고 준비된 십자가를 아기의 목에 올려놓고 기도해 줌으로써 새 삶을 줍니다.
그리고, 기도와 함께 아기의 머리카락을 십자가 모양으로 4군데에서 조금씩 잘라 신에게 헌신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대부모는 아기를 안고 성수가 담긴 큰 통 주변을 3바퀴 돌며 걷습니다.
신부님의 기도로 세례를 마칩니다.
후에 성당의 예배당으로 가 대부모가 친부모에게 신부님의 기도와 함께 아기를 인도 합니다. 세례를 받는 날엔 전통적으로 아기에게 은숟가락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으며, 이 은숟가락은 아기가 사용하는 첫 숟가락이 됩니다.
세례는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아기의 세례명은 부모가 정하는데 아기의 이름과 같거나 가까운 이름으로, 세례일이나 그 전,후의 날짜에 해당하는 날의 성자의 이름을 따서 지으며, 신부님이 세례명을 결정해 줍니다.
러시아정교회의 신도들은 세례일 (Крестины) 이 되면 하루를 정결하고 성실한 날로 지내며, 세례명에 따른 성자의 탄생일 (Именины) 이 되면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의 하루를 지내는데 주변사람들이 축하의 말과 꽃으로 축하를 해 줍니다.
Именины (엔젤데이) 를 맞은 사람은 파이와 같은 간소한 음식을 준비하여 주변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차를 마시며 지내는 것이 보편적인 관습입니다.
러시아에서 전통적으로는 갓 태어난 아기를 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따라서 세례도 어느정도 자라서 받았는 데, 이는 다른사람들이나 귀신들이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것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해꼬지를 당할 수도 있을지 몰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좋은 말들은 시기하는 마음들로 인해 좋지않은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는 마음들이 있어서 요즘과 같은 세상에도 러시아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말들 - 너무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부러움이 담긴 것 같은 좋은 말들 - 은 하기를 삼가고 있으며, 또한 듣는 사람들도 그런 말들은 듣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들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아니더라도 남을 시기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어쨋든 듣는 사람도 칭찬이라고 듣기 보다는 듣지 않은 편이 낫다는 마음과 그 사람이 그런 말을 입 밖에 또 꺼내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들 입니다. 다른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면 부정만 탄다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옛 우리 할머니들도 그러셨지요.)
거의 모든 슬라브족 러시아 사람들이 러시아정교회 신도이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미신과 같은 일상생활 속의 믿음들이 가슴 속에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세례를 비롯한 종교활동을 드러내 놓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고, 성당에서 또는 비밀리에 성당이 아닌 곳에서 세례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헌법 상 아무나 성당에 가서 세례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사회생활에서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남들 모르게 아들, 딸들에게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온 사람들도 있으며, 특히 혁명 이전에 세례를 받은 인텔리계층과 지방 소도시들에 사는 할머니 세대들이 전통을 이어가고자 손녀 세대들도 세례를 받게끔 해 왔습니다.
지금은 러시아정교 성당에서 아무런 눈치 볼 필요 없이 신도들은 오직 그들의 신앙심으로 아기들이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사 후에 함께 하려면 가족 모두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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