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며 살며

단풍

by Дона 2012. 10. 20.

모스크바의 올 여름은, 이상기후로 무더웠던 요 이삼년간의 날씨와는 달리 예년의 정상적인 모스크바의 날씨를 되찾은 기온으로 모스크바 사람들도 지내기 편안한 여름이었는데, 짧았던 бабье лето (바비예리에따)도 지나가고 비오고 바람불고 차가운 가을날씨가 이어지다가 예년 같으면 첫 눈이 내려야 할 때인 요즘에 130년 만의 따뜻한 날씨가 며칠 이어졌습니다.

 

모스크바 주변에는 높은 산이 없어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단풍이 물든 산을 볼 수는 없지만, 울창한 숲들이 많이 있어 아름답게 물든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고 따뜻한 날에는 단풍이 물든 숲에 가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단풍을 보러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교통체증까지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아침에는 좀 선선하지만 낮에는 따뜻하고 햇빛이 내리쬐는 두세달 동안의 우리나라의 가을날씨는 우리나라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억새풀 축제까지 열리고 집안 단장에도 가을 꽃들과 함께 억새풀을 쓰기도 하는데, 러시아에서는 억새가 불행을 담고있다고 여겨 절대 집안에 들이지 않습니다.

8시가 넘어야 해가 뜨는 모스크바는 이미 잎들이 거의 다 떨어지고 가지들만 하늘 높이 남아 아파트 창 밖의 모습이 썰렁합니다. 다음 주 부터는 기온이 0도 근처에 머물고 첫 눈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처럼 일교차가 크지 않아 낮에는 영상 1도 밤에는 영하1도 정도로 하루의 기온이 거의 일정합니다. 모스크바 시에서도 올 가을의 이른 추위에 맞추어 중앙난방의 온수를 예년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 9월 말 부터 유치원,병원 등을 중심으로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아파트에도 난방이 들어와 훈훈함이 안락한 잠과 포근한 아침을 즐기게 해 줍니다. 오래 된 아파트들의 중앙난방은 잠그거나 할 수 없으므로 특히 스딸린까 아파트에서는 한 겨울에도 더울 정도여서 쪽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이 한창 단풍철이라서 산에도 들에도 도시의 공원에도 도로변에도 어디에나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 있고 건조하고 따사로운 날씨속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수가 끝난 가을에 결혼을 하는게 일반적이었으며 요즘도 가을에 가장 결혼을 많이 합니다. 러시아 정교에는 육류를 먹으면 안되는 기간과 음식을 절식하는 날들이 있어 그런 날들에는 결혼식이 드물고, 또한 러시아사람들은 5월의 МайМаяться (고생)을 뜻한다고 해서 가정을 이루는 시작이 평생 고생이 되면 안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결혼시즌인 5월이 러시아사람들에게는 피하게 되는 달입니다. 5월이면 꽃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는 이 때가 밭을 갈고 파종을 하는 바쁘고 힘든 시기였으므로 결혼식과 같은 번잡한 일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샛노란 은행나무의 잎들이 더욱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을은 단풍의 아름다움 뿐 만 아니라, 겨울에 접어들기 까지의 긴 기간동안 정말 살기 좋은 날씨 입니다.

 

 

'사랑하며 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쎄씨야, 안녕...  (0) 2012.12.22
아내의 한국국적 취득  (0) 2012.11.22
머리는 목에 따라서  (0) 2012.11.18
모스크바의 레스토랑   (0) 2012.09.16
붉은 졸업장  (0) 2012.08.03
모스크바 2012년 여름  (0) 2012.07.01
어디쯤 가고 있을까  (0) 2012.05.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