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Кроша (끄로샤) 가 어느덧 3 살이 되었습니다.
3 살이 되니 키도 많이 자랐는데 몸은 여전히 홀쭉하고 가는게, 앉아 있을 때 보면 오리엔탈 고양이의 귀족스런 기품이 배여 나옵니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 올 때면 거의 항상 문 앞으로 마중을 나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야옹 거리며 반깁니다. 마치, 문 앞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돌아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입니다. CCTV 카메라를 보안용으로 현관과 베란다에 설치를 해 두어 실시간으로 뿐 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녹화된 영상을 볼 수도 있어, 끄로샤가 언제 문 앞으로 마중을 나오는지 신기하여 본 일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처럼 먹이를 주면서 훈련을 시키거나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이름을 부르면 금방 달려 옵니다. 얘기를 하면 항상 빠짐없이 대답을 하고, 수시로 야옹 거리며 얘기를 걸기도 합니다. 오리엔탈 고양이가 사람을 잘 따르고 영특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르고 함께 살면서 정말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 같은 습성을 지닌 걸 알게 됩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살며시 와서는 일어서서 한 발로 팔을 살살 긁으며 야옹거립니다. 쓰다듬어 달라는 얘기인데, 쓰다듬어 줄 때 까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긁어주는 걸 아주 좋아해서 머리, 턱 밑, 등, 옆구리를 긁어 주면 가랑가랑 목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조용히 즐깁니다. 털이 짧아 grooming 을 자주 해줄 필요는 없는데, 대신에 긁어주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겨울이 지나면서 털이 많이 빠져 한 번씩 긁어 줄 때면 짧은 털이 손가락에 뭉치기도 합니다.
끄로샤는 아주 독립적이기도 해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은데 사람에게 다가 올 때면 아주 친숙하고 애정어린 태도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무릎에 올라오는 일은 아주 드물고 누워있을 때 가슴이나 배 위로 올라와 앉는 경우는 있습니다. 대부분 옆에 와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자주 의사표시를 하는데 음색이나 야옹거리는 소리가 다양하게 다르고 어떤 때는 아주 길게 여러가지 소리를 섞어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기 자랑을 하는 바보아빠 같이 보일지 몰라도, 고양이 중에서는 정말 지능이 높고 똑똑하고 애정이 넘치는 고양이 입니다. 한 번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사촌 고양이가 전 세계 고양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일이 있어 끄로샤가 태어 난 breed house 가 TV 에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그 비디오를 보고 있는 동안 모스크바에서의 옛 주인의 음성과 끄로샤의 엄마 고양이 소리 등이 나오자 금방 달려 와서는 같이 영상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끄로샤는 또한 아프리카의 동물의 왕국이나 야생의 동물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런 프로 만 나오면 항상 TV 앞에 와 앉아서는 꼼짝도 않고 마냥 지켜 봅니다.
저녁 시간이면 아주 활발해져서 특히 끈을 갖고 뛰면서 노는 것을 즐기는데 때로 놀아주는게 피곤하면 소파에 앉아 빨간 레이저 점으로 뛰고 점프하도록 해 주기도 합니다. 거실 창문 옆에 놓아 준 놀이틀 위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앉아 눈이 올 때면 그릉그릉 거리며 눈 송이를 잡을 듯이 앞발을 휘젓고 새가 날아 지나갈 때면 아쉽다는 듯이 혼자 투덜대기도 합니다. 화장실 모래는 Ever Clean 의 Not-scented 를 쓰고 먹이는 Natural Balance 의 dry food 과 canned food 을 제일 좋아해서 아기 때 바꾼 후 그대로 주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스스로 문을 열려고 긴 몸을 늘여 문 손잡이에 까지 발을 뻗는 경우도 있습니다. 귀가 커서 그런지 자라서도 여태껏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그래서 항상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냅니다.
좋아하는 먹이로 골라 주고, 치워 주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레볼루션 해 주고, 시간 맞춰 놀아 주고... 시중 들며 지내도, 하는 짓이 이뻐서 한 가족처럼 여깁니다. 끄로샤가 때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 자신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라고 확고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사람과 똑 같은 존재로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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