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우리 고양이 끄로샤가 8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모스크바에서 8년 전에 갓 태어나서 주먹만한 크기로 걸음도 뒤뚱뒤뚱 걸으며 우리 발 위로 기어올라와, 아기 고양이를 고르러 갔다가 아기 고양이가 우리를 선택하게 됐고, 그렇게 한국에 데려와 살면서 태어난 모스크바와 다차에도 여름철에 데려가기도 했었습니다. 오리엔탈 고양이인 끄로샤는 할머니가 얼마나 영특한 고양이인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함께 살면서 얼마나 정이 넘치고 똑똑한지에 놀라게 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통조림을 주어도 항상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쓰다듬어주기를 바라고, 어느새 조용히 다가와 한 발을 내밀어 우리 팔을 살살 긁으면서 쓰다듬어 달라고 떼쓰고, 얼마나 조심성이 있는지 가죽소파에 발톱자국 하나 내지 않고, 매일 밤 잠자리에서 배 위에 올라와 쓰다듬어 주어야 잠들며, 잠들기 전에 집안을 항상 한 차례 순찰을 돌고, 늦게라도 집에 오면 걱정스레 문간에 앉아서 기다리며, 자주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고 대화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온 집안을 쏜살같이 뛰면서 스스로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활하는 끄로샤는,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에게서처럼 철학자의 눈매를 느끼지는 못해도 가끔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 명상에 잠긴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서 철학이나 명상이란 말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보았으면 자신의 눈을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고양이 끄로샤가 멀리에서 태어나 우리와 함께 한 가족으로 살 수 있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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